인권위 보고서, 광주사무소 진정 226건 ... 지난해의 2배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A(43)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가족들의 신고로 지난 5월 19일 전남지역 모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한 것이다.
특히 A씨는 입원 과정에서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전혀 받지 못했다. 또 입원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입원동의서를 작성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겪었다.
참다못한 A씨는 한 달 뒤인 6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하고서야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인권위 조사결과 단순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강제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신장애인’으로 몰렸던 것이다.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광주·전남은 물론 국내 정신장애인 대다수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치료기관에 입원한 뒤 장기간 치료를 받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인권위가 4일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보건기관의 환자 6만8천여명 중 보호자 의사에 따른 입원이나 강제 응급입원은 86.2%(5만8천700명)에 달했다. 이른바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타의에 의해 입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환자의 자의에 의한 입원은 전체의 13.8%(9천300여명)에 그쳐 장신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범정부적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또 정신장애인들의 입원 기간이 너무 긴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일수는 233일로, 이탈리아(13.4일), 독일(26.9일), 영국(52일) 등에 비해 5∼17배 이상 길었다.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강제 입원 등 인권침해가 잇따르면서 관련 진정 신청건수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광주인권사무소에 접수된 정신병원 및 요양시설 등 다수인보호시설의 진정 신청건수는 모두 22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진정건수(119건)의 두 배 수준으로, 2007년(40건)에 비해선 5.7배나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정신장애인 관련 인권위 진정건수는 지난 2001년 8건에서 2008년에는 591건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선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자의 입원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입원 요건과 추가 입원 절차를 강화해 환자가 장기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치료를 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 광주사무소는 오는 10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국가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정신장애인 인권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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