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의 불편한 진실 제조업체→통신업체→대리점→판매점 재고물량
공짜로 받아 넘기고 대당 3만원 수수료 챙겨
고가품 할부 판매때 교묘히 마진 붙여
공급가격 잘 모르는 소비자들만 ‘덤터기’
충장로에 자리한 점포 중 30%이상이 공짜로 핸드폰을 판다는 통신업체 판매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판다는 공짜 핸드폰은 결국 매달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통신요금에서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광주시 동구 충장로 1가 1층 점포 33곳 중 10곳은 핸드폰 판매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업소가 ‘공짜로 휴대전화를 준다(?)’며 호객 행위를 한다. “공짜, 꽁짜”라고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도심의 소음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충장로 1가는 광주시내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가운데 하나인데다, 임대료도 가장 비싸다. 공짜 장사를 해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더욱이 최소 2~3명의 급여는 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빈 점포만 나오면 핸드폰 가게가 입주하는 걸 보면 장사는 되는 모양이다.
공짜폰을 팔고도 광주시내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고, 2~3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얽히고 설킨 핸드폰 판매망=먼저 핸드폰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핸드폰은 제품순환주기가 매우 빠른 고가제품으로, 매달, 아니면 더 짧은 기간에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 한 업체에서 내놓은 핸드폰은 90만원 대로, 갈수록 고가 핸드폰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 이전의 핸드폰은 중저가로 넘어가고, 곧 재고로 쌓이게 된다. 이 핸드폰이 ‘공짜 핸드폰’의 대상이 된다. 핸드폰 제조업체들이 ‘신상품’을 내놓으면 내놓을 수록 통신업체는 재고품을 털어내야 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직영대리점과 판매점이다. 직영대리점은 통신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지만, 판매점은 대리점으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는 그야말로 ‘보따리상’이다. 이 판매점은 모든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하며, 가격을 조금이라도 싸게 핸드폰을 공급하는 대리점으로 몰려다닌다. 대리점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수를 확보하면 할수록, 통신업체로부터 요금의 일정액을 관리수수료로 더 받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핸드폰을 판매점에 더 공급하려고 애쓴다.
판매점들은 오히려 공짜 핸드폰을 공급받으면서 대리점으로부터 돈을 받기도 하며, 공짜 핸드폰에 마진을 붙이는 등 고객들에게 ‘속임수’을 쓰기도 한다. 또 공짜가 아니라 고가의 신상품을 할부해 주는 조건을 조절하면서 교묘히 소비자들에게 마진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으며, 오로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되도록 직영대리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대리점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 역시 좋은 핸드폰을 값싸게 구입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업체들만 좋은 시스템=최대 통신업체 SK의 경우 직영대리점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면, 4년 동안 그 고객이 낸 요금의 6%를 관리수수료 명목으로 떼준다. 후발 통신업체인 KTF는 5년 동안 7% 이상이 대리점 몫이다. 예를 들어 특정 대리점이 매달 5만원 정도의 요금을 쓰는 고객 3천명을 확보한다면, 수년 동안 고정적으로 매달 900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 된다. 대리점은 따라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핸드폰을 파는 판매점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판매점에 공짜 핸드폰을 건네면서도, 별도의 ‘수수료’를 떼어주면서까지 고객을 확보해야하며, 다른 대리점보다 좋은 조건으로 판매점들을 유혹해야 한다. 또 판매점은 특정 통신업체만을 상대로 해서는 소비자들을 끌 수 없기 때문에 통신업체 3사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면서, 적당히 마진 폭을 조절해 이득을 챙긴다.
충장로의 한 판매점 관계자는 “매달 임대료만 수 백만원에, 직원 2명의 인건비, 그리고 순익까지 감안하면, 매달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가능하다”며 “매달 100∼200대 정도를 팔고 있으며, 공짜 핸드폰이라고 해도 대당 적어도 3∼4만원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리점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관리수수료의 일부를 판매점이 챙긴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매달 내는 요금을, 제조업체·통신업체·대리점·판매점까지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공짜폰은 없다=통신업체들이 이 같은 복잡한 판매망을 선호하는 이유는,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자신들의 비용을 직접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리점 역시 직접 영업할 필요없이 적당한 마진을 떼어주면, 판매점들이 앞다퉈 핸드폰을 팔아주기 때문에 이익이고, 판매점은 그런 대리점의 심리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나 대리점, 판매점의 수익의 원천은 바로 소비자들이 매달 내는 요금이다. 또 핸드폰의 실제 가격, 즉 대리점에서 판매점으로 공급되는 가격을 모르는 소비자는 언제나 ‘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기에 복잡한 요금체계나 할부 시스템도 소비자들을 농락하기 좋은 수단이 된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이 같은 판매망에 문제가 있다고는 판단되지만, 통신업체가 이 같은 판매망을 갖추려면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며, 이는 곧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리점과 판매점이 경쟁을 벌여 시장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칫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현재의 실정에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장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 지를 정작 소비자들은 모르고 있으며, 그것이 정상가격인지는 더더욱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지방제휴사 /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