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은 출산 연령대의 기혼 여성 비율이 줄고 있어 합계 출산율의 하락폭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다둥이
가족 나들이 행사 모습. 부산일보 DB |
1997년 이후 줄곧 전국 꼴찌를 기록한 부산의 출산율.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을 보면, 부산은 2008년 0.98명이다. 전국 평균 출산율이 아슬아슬하게 1.0명 이상을 유지한 것과 달리 부산은 여성이 평생 아이 1명도 낳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부산시는 올해 초부터 16개 구·군과 함께 아이낳기운동본부의 발대식을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지원책들도 내놓고 있다. 출산율 전국 꼴찌, 부산의 현실을 짚어보자.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것 아닌가부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혼여성이 출산을 덜 하기 때문인지, 미혼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지 분석해보자.
2005년 부산 기혼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16명으로 전국 평균(1.21명) 보다는 낮지만 7대 도시 가운데서는 두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기혼여성들만의 출산율을 비교해보면, 부산의 기혼여성이 다른 지역의 기혼여성에 비해 자녀를 적게 낳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혼·사별·이혼상태
타지역보다 비중 높아
여성들 비정규직 많고
서비스직도 불규칙 생활
시, 장려금 1천억원 계획
셋째아이 위주 한계 노출
부산 다음으로 합계 출산율이 낮은 도시인 서울, 대구의 경우도 기혼여성 합계출산율을 비교해보면 순위가 바뀌어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도시에 속하게 된다. 결국 이 세 도시는 기혼여성이 아이를 덜 낳는 것이 아니라 기혼여성을 제외한 상태의 여성, 즉 미혼이나 사별, 이혼 상태에 놓인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 된다.
출산율의 인구학적인 요인을 하나 더 살펴보자. 기혼여성이라고 해도 출산 연령층에 속하는 여성 인구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주 출산 연령층으로 분류되는 25∼34세의 여성 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 15.8%(2008년 기준)인데 반해 부산은 15.3%로 7대 도시 중 가장 낮다.
이 두 가지 요인을 종합해보면, 부산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주 연령대의 기혼여성들이 타 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고 이는 이들의 타 시·도 전출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직할만한 큰 기업들이 없어 서울, 경기 등 외지로 나갈 수 밖에 없다", "결혼해서 서울, 창원, 울산 등으로 이사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통계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부산의 경기가 활성화되고 기업체가 유치되지 않고서는 아이를 낳을 만한 주 출산 연령대의 기혼 여성들의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여성들, 출산 후 일자리가 불안하다부산여성단체연합 유영란 회장은 "부산지역 여성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회사 사정 때문에 출산 휴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출산과 관련해서 퇴사를 권유받는 사례도 여전히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규직이라고 해도 서비스업의 경우 늦은 퇴근, 휴일 근무로 인해 육아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돌봐준다고 하지만 소수로 늦게 까지 남아있는 걸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 엄마들은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런 엄마들의 경우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이 너무 부럽다는 하소연을 털어놓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 이유가 잘 와 닿지 않는다'에 대해 미혼의 51%, 기혼의 69% '그렇다'로 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출산,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이미 겪고 있는 기혼여성들은 아이를 다시 낳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는 의미이다.
·부산의 출산 지원 정책과 한계부산시는 올해 대대적으로 출산 장려 시책들을 발표하며 출산율 올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출생하는 둘째 이후 자녀는 취학 전까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셋째 이후 자녀는 초·중·고교 무상 교육을 비롯해 대학교 첫 입학금까지 지원하겠다는 것. 이 같은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100억원씩 1천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앞서 부산의 평균 출산율에서 알 수 있듯 부산은 여성이 아이 한 명도 채 낳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부산의 출산 지원 정책은 셋째 아이에게 방점이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고생해 본 사람이 고생 한 번 더 해라"는 식으로 둘째, 셋째 낳기 유도로 가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공통된 바람은 '몇 번째 아이냐를 따지지 말고 출산과 육아 그 자체를 축하해주고 배려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낳은 아이라도 잘 키울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또 한번의 출산, 육아를 고려해 볼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다양한 형태의 보육비 지원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역시 둘째 이상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소 생후 24개월은 지나야 보육시설에 등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생후 24개월 이전까지는 첫째 아이의 경우 정책적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보육시설에 편입되지 않은 영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김현지 연구원은 부산의 저출산 대책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로 거점 보육정보센터를 확보해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보육 상담을 실시하는 등 양육에 대한 부담을 함께 나누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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